0. 밝고 명랑한 기분은 아니지만 외출을 안 할 수는 없는 일이다. 나는 외출형 외톨이니까. 얼마 전에 사람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나오기로 한 선량한 남자 K의 얼굴이 안 보여서 얘가 어이 안 나왔나 싶었다. 나중에 보니 몸이 아파 몸져 누웠다고. 날씨가 추우니 전혀 이상할 일은 없지.

0b. 이렇게 저렇게 돌아다니다가 새로 나온 책이 있나 찾아 보았더니 K가 번역한 만화책의 2권이 나왔다. 몸져 누워있는 K를 생각하며 만화책을 깊게 감상했다. 이거 웬지 완전히 간 사람을 그리워하는 간지인데 얼른 낫기를 바래서 쓰는 글이다. 산 사람은 살아야지. 죽은 듯이 골골대서야 되겠나.

1. 두발단정을 위해 머리가게를 찾아갔는데 담당 선생님도 몸져 누우셔서 그냥 집에 돌아와야 했다. 그냥 오기 뭐해서 서점에 갔다가 K가 번역한 만화책을 샀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아프고, 하루하루 밥이나 축내는 나같은 인간은 건강하다. 세상은 부조리하다.

2. 코지마 히데오 감독은 목소리가 참 애 같다. 양쪽 팬들은 인정 못 하겠지만 서태지하고 좀 닮은 구석이 있는 거 같다. 말라가지고 안경 써서 그런가? 하지만 서태지도 나이에 비해 좀 심하게 젊어보이고, 코지마 감독도 그 나이의 아저씨라곤 생각되지 않는 외모다. 그래서 시바타 아미 만화에선 유리가면 그림체로 그려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목소리도 그래서 앳딘건가. 하긴 저 얼굴에 신바시에서 서서 꼬치 궈먹는 아저씨 목소리가 나오면 그것도 참 깨는 일이지. 마츠다 류헤이랑 같이 찍은 사진 보니까 배우한테 밀리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록폰기의 풍경을 등지고 햇살을 받으며 PSP로 게임을 나누는 두 셀레브러티의 모습이 참 훌륭하더라. 아마 소니가 기대했던 PSP 시장의  모습이 저런 비쥬얼이었겠지.

3. 지하철에 앉아서 수첩에 스케치하는데 내 주변에 서있던 중동 아저씨들이 날 보면서 뭐라 한참 떠들던데 뭐라고 했는지 궁금해 죽겠다. 기분이 살짝 나쁘긴 하지만(어쨌든 매너가 아니잖아)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못 알아듣겠으니까 기분 나쁜 것보다 궁금이가 더 크다. 우리 궁금이가 이렇게 컸어요. 어이구 많이 컸다 군대 보내서 채소 먹고 빨갱이 잡아도 되겠네.

4. 군대 갔다온 거랑 애 낳는 거를 동급으로 치는 건 멍청한 년놈들이나 하는 짓이지만 그 두 행동(?)의 공통점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다. 그 행동을 치룬 사람들 중 상당수가 오만해 진다는 것이다. 세상에 자기가 제일 힘든 일 해봤고 자기가 모든 문제의 해결점을 알고 있는 듯이 언행을 일삼는데 정말 꼴 사납다.

5. 조선일보 사이트 탑이나 신문 헤드라인을 보면 신문사 안에서 친박과 친이가 갈려서 매일매일 서로로 몰래몰래 업데이트하는 거 같다. 설마 편집장이 투 톱인 건 아니겠지… 4-4-2 시스템도 아니고… 누군가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던데 내가 보기엔 둘 다 부패하고 분열한 것들끼리 뭐 나누고 지랄인지 모르겠다. 진보는 부패하지 않았으나 분열한다니 이 새끼들이 어디서 약을 팔아 ㅋㅋ.

6. 엄지공주가 가미유 비단의 엄지 손가락으로 태어났으면 고생 좀 했을 거다.

7. 점심을 격하게 볶아 먹었더니 방 안의 콩기름 냄새가 빠지질 않는다. 하루 종일 고소한 기분. 되도록 뉴스를 안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 뉴스 봤다간 희로애락을 느껴야 할 타이밍에 꼬솝다는 기분만 느낄 거 같아서 두렵다.

niMishel 100112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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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딥짱

    1월 14th, 2010 at 9:18 오전

    가장 무섭다는 서태지 팬들의 공습이 예상되는 포스팅

  2. 마광

    1월 20th, 2010 at 1:05 오후

    초반 글들에서 K군에 대한 니미형님의 뜨거운 마음이 전해져 오는군요

    이 무슨 연서..(그렇게 다들 게이가 되어가는 거야)

2 Respons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