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내가 좋아하는 만화, 제멋대로 카이조(안녕, 절망선생이 나온 다음 더 좋아졌다. 이게 더 재미있어.)의 에피소드 중에 ‘아는 척’ 단이라는 녀석들이 나타나는 에피소드가 있다. 알지도 못 하면서 아는 척해서 그릇된 정보를 퍼뜨려 사회를 혼란에 빠트리는 조직으로 어느 시대에서나 사회 뒷편에서 활동해 온 비밀조직이다. 이 녀석들이 하는 짓이…
example A : 어떤 상점이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질문에 알지도 못 하면서 길을 가르쳐줘서 전혀 다른 곳으로 가게 한다.
example B : 만화 캐릭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흘려서 그 정보를 사실로 잘못 안 소년이 친구들 사이에서 바보취급당하게 한다.
example C : 누군가에 대해 잘 알지도 못 하면서 “넌 이렇지?”하는 식으로 아는 척 한다.
등등 시시하고 조잡한 것들인데… 원래 ‘아는 척’이란 게 보통 그렇지. 시시하고 조잡한 행위. 하지만 때로는( ある時は) 그런 ‘아는 척’이 예상 못한 결과를 낳을 때도 있다.
카이조 식으로 말해보자면 이런 식이다.

일부 문구에는 너무 신경쓰지 말고… 아는 척이 단순히 아는 척으로 끝나면 좋지만 아는 척 때문에 여러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거다.
• 소대장의 “이 산이 아닌가봐 얘들아” 발언.
• 경찰관의 “여러분 구조대를 찾아가면 우리 모두 살 수 있습니다.” 발언(투O로우).
• 시위 도중 누군가의 “저기로 가면 경찰이 우리를 막을 수 없습니다.” 발언(진압크리).
• 누군가의 “주식투자로 부자 되게 하겠다.” 발언.
• “야 걔네 누나 걸레래. 한 번 달라고 하면 아무한테나 준대.” 발언(실행에 옮겼다간…).
이렇게 아는 척이란 때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는 척을 하려고 노력한다. 왜 그럴까? 남보다 하나라도 더 알아야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는 오타쿠적 발상 때문일까. 누구나 오타쿠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아는 척’에서 오타쿠적인 행동 양상이 드러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이것도 어느 정도 아는 척).
아는 것만 말하기도 힘든데 왜 구태여 아는 척까지 하려고 하는 걸까? 자신이 왜소하게 느껴져서 그런걸까? 예전엔 저 아는 척 조직의 행동을 보며 낄낄거리며 웃기만 했는데 인터넷의 각종 블로그나 아고라같은 곳에 넘쳐나는 아는 척을 보면 이게 참 골때리는 현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더 깊게 생각해 보고 싶기도 하지만 바빠서…
2.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니까 채정안 모델 변신 뭐 이딴 기사 제목이 있던데. 그 사람 원래 패션모델이었어. 간만에 옛날에 하던 일 한 셈인데 어릴 적에 너무 공부만 해서 남자셋 여자셋도 안 본거냐. 기자들의 아는 척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비비탄 나가는 장난감을 개조하면 1km 밖의 사람도 죽일 수 있다고 하지를 않나 애플의 새로운 컴퓨터엔 윈도우 7이 탑재되어 출시될 거라고 하질 않나.
3. 기자 까기 좋아하는 녀석들도 아는 척 좋아하긴 마찬가지다. 밀리터리 만화의 거성인 고바야시 모토후미 화백은 일본의 만화가이다. 그런데 일본 만화가 중에 고바야시 요시노리라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은 밀리터리 만화가는 아니고 2차대전 당시 일본을 긍정적인 면으로만 이야기하는, 흔히 말하는 극우 만화가이다. 이 사람이 그린 만화에 군복 입은 캐릭터가 나온다고 해서 그걸 밀리터리적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나 지식같은 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고작 성이 같다는 이유 만으로 고바야시 모토후미 화백을 고바야시 요시노리로 착각하고, “고바야시는 극우 만화가다.”라는 이야기만 어디서 줏어들어 놓고서는 결국 밀리터리는 극우랑 통하는군요 이 지랄이나 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뿐이다.
성이 같으면 같은 사람인 거냐? 그럼 일본놈이 어디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쿠데타를 일으킨 죄값을 치루었다고 생각한다.”고 써놔도 되겠네?
슬쩍 줏어들은 이야기 가지고 아는 척 좀 하지 마라.
4. 줏어들은 이야기 뿐만 아니라 자기가 접한 얼마 안 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하고 그걸 퍼뜨리는 녀석들도 있다. 얼마 전에 도서출판 길찾기에서 고바야시 화백의 캣쉿원 80이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어려운 시기에 그야말로 양서라고 불리워도 아깝지 않은 책을 내는 매우 좋은 출판사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또 어디 사는 멍청한 녀석이 “이 작가는 차라리 동물을 그리는 게 낫겠어요. 사람 그리는 건 너무 못 그리더군요.”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 도대체 뭘 보고 그딴 소리를 해대는 건지 모르겠다. 고바야시 화백이 요즘은 나이도 들고 화풍도 변했지만 80년대에 그린 정밀한 펜화를 한 컷이라도 봤으면 저렇게 무식한 소리를 할 수 있을까? 거의 일본 몇 번 여행가놓고 캬 일본인의 친절이란 이 지랄 떠는 수준의 무식한 아는 척이다.
5. 아는 척 선수들 이야기를 하면 끝도 없다. 멀쩡히 남이 잘 보고 있는 잡지를 보고 “그거 일본 된장들이나 보는 잡지잖아?” 그래놓고 내용을 보더니 “어 이상하다 이거 이런 내용의 책이 아닌데.” 이러는 인간이 있지를 않나. ㅋㅋ
6.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아는 척 하지 말고 제대로 아는 것만 이야기해라. 제대로 아는 것만 이야기해도 남은 인생에, 너의 블로그나 트위터 계정 등 너에게 허락된 모든 경로를 하루 종일 이용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깜짝 놀랄 것이다.
Nimishel 090827.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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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ack
8월 27th, 2009 at 5:03 오후
[아는척쟁이] 는 그나마 나음
의사소통을 나눠보면 이 샛뀌가 가진게 여기까지지 뭐 ..
허나 잘 알고 있으면서 가치관이 기묘하게 뒤틀려 있는 사람들이 더 짜증남
─ @ 우제에 @ ─
(불교에서 따지자면 좋도 모르면서 민폐끼치는게 더 나쁘다던데 . 음 아는척이 나쁜걸까 가치관이 이상한 사람이 더 나쁜걸까 어렵다)
[niMi]
8월 27th, 2009 at 5:17 오후
Hyack / 게임이나 만화의 세계에선 캐릭터가 똑 부러지게 나누어져서 각각 개성적인 장단점을 가지는데 현실 세계에서는 그냥 다 섞여있는 거 같아. 가치관 이상한 녀석이 아는 척 하는 경우가 많지.
요요
8월 27th, 2009 at 8:47 오후
어딜가나 말 많고 목소리 크고 나대는 애들이 죠또 모르는 꼬마인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인지 내가 아는 걸 말하고 싶어도 나대는 것처럼 보일까봐(+귀찮아서) 닥치고 있는 상황이 많네
이것은 ‘벼는 익을수록…’ 혹은 ‘빈 수레가…’로 통하는 한쿡식 양반 문화(?)의 잔재인지
A형 특유의 소심함 탓인지 잘 모르겟소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목소리가 큰 세상이 되었으면 하면서도
말 많은 세끼들 보면 왤케 깝치나ㅉㅉ 하는 생각부터 드는 나라는 인간
진교수님은 예외입니다 ‘-’*
그간 지켜본 결과 말 안통하는 새키들을 개무시하는 특유의 쉬크함이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전 그게 맘에 듬
[niMi]
8월 27th, 2009 at 10:03 오후
똠냥요 / 진교수님은 독일에서 벵꾜를 하고 오신 분이라서 그렇습니다.
승릐이 독일벵꾜.
Hyack
8월 27th, 2009 at 11:23 오후
● 요요
그러고보니 화기애애 가족적 분위기의 정보교환 커뮤니티 게시판도
인기 좀 긁고 꼬꼬마들 몰려들어 난리법석이 나면
누군가 그릇된 정보를 이슈화 하여 우주 저 너머 와장창 논쟁을 펼치는데도
초창기 그 많던 현자 (賢者) 들 중 누구 하나 덧글 달지 않더라구요
분명 읽고 있을텐데 ..
-_-
8월 28th, 2009 at 7:50 오전
그런 아는척쟁이들이 자주 쓰는게 양비론이죠.
뭔가 논쟁이 되고 있는 사안에 한마디 하고 싶은데, 아는건 없고. 그러다 보니 쿨한척 양비론이나 한줄 찍 갈겨주고 가는거죠.
“내가 보기엔 너네 둘 다 똑같아.” 이러고 끝.
[niMi]
8월 28th, 2009 at 1:29 오후
-_- / 모든 걸 정리한답시고 한 마디씩 툭 던지면 오오 명대사, 천잰데? 이딴 반응이 나올 거라 생각하면서 ㄲㄲ거리지만 현실은 넷병신이거늘 말입니다.
Deepthroat
8월 29th, 2009 at 9:29 오전
고바야시옹은 잘그린다 못그린다가 아니라…
캣쉿원이 젤 잼나는…..쿨럴쿨럭;
[niMi]
8월 29th, 2009 at 12:58 오후
Deepthroat / 그렇죠. 캣쉿원이 제일 재미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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