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10월, 2009

0. 자고 일어났더니 애플에서 애플케어의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애플케어는 아이팟, 맥북 등의 애플 제품을 구입한 사람이 추가구입할 수 있는 유료 지원 프로그램으로 기본 제품 보증 기간인 1년에 애플케어 구입으로 2년의 수리 보증 기간을 추가하여 총 3년 동안 각종 고장에 대비할 수 있는 제품이다. 3년 동안 고장 안 난다면 억울한 지출이겠지만 만에 하나 영 좋지 않은 고장이라도 나면 피눈물을 흘리는 대신 그나마 다행이라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선택이 된다.

1. 내 맥북은 구입한지 1년이 조금 안 되어 슬슬 애플케어를 구입해서 보증 기간을 연장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애플 사이트에 접속하여 내 맥북의 시리얼 넘버를 조회해보니 현재 케어 보증 기간은 2009년 12월 12일에 만료되니 그 이전에 애플 케어를 연장할 것을 권유하는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날짜 마음에 든다. 성공한 케어 보증은 처벌할 수 없다.

2. 이전에… 그러니까 어제까지의 애플 케어 구입비용은 16만5천원이었다. 요즘 내 신세로는 이 돈이 결코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에 12월 11일까지 기다렸다가 지를 생각이었다. 그때까지 어디 취직이라도 되던지, 조금씩 저금이라도 할 생각이었지.

3. 다시 0으로 돌아오자. 애플 케어 가격이 인상되었다. 뭐라구? 처음엔 아이팟 계열 제품의 가격만 인상되었나 했는데 맥북 등 다른 제품의 애플 케어 가격도 인상되었다.

얼마나 인상되었지? 165k원짜리 맥북용 애플 케어가 250k원이 되었다.

Arghhh. 너무 화가 나서 홍대 앞에서 남자끼고 맥주를 마신 다음 사람을 패고 내가 팬 사람 블로그에 있는 글을 훔쳐다가 책을 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진정하자. 인륜을 져서는 안돼! 이런 음란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괴도의 길을 걷지 말고 브래드 할리 가극단에 들어가 인협의 꽃을 피워야지. 대체 머리 안에서 뭐가 섞인 거야. 충격이 컸다.

서러움과 분노를 가라앉히고(고작 100k원돈 가격 인상에 이런 감정까지 뿜어내는 내 인생에 진심으로 비통함이 느껴진다.) 허둥대다가 아직 옛 가격에 파는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해집어보니, 지마켓의 매장 한 곳에서 예전 가격으로 소박허니 물건을 내놓고 있었다. 부탁입니다. 그 마음 변치 말아 주세요. 오래는 안 바라고 제 휴대폰에 ‘배송이 완료되었습니다’문자가 오는 그 날까지만 변치 말아 주세요. 주문을 외우며 인터넷 주문을 때렸다. 통장에서 165k원이 숑하니 날아갔다.

어차피 12월에 쓸 돈이었다지만, 밥 굶고 커피 참고 새로 나온 옷 소식 참고, 날씨 쌀쌀해져서 오리털인지 거위털 이불이 격하게 땡기는 걸 참고 배갯닢을 눈물로 적시며* 모은 돈이 한 큐에 날아갔다. 개, 고양이 키우는 사람이 자기는 라면 끓여먹으며 유기농 사료 먹인다는 이야길 듣고 낄낄댔는데 맥북 케어를 위해 굶으며 모은 돈을 날리는 내 작태가 무엇이 다르더란 말이냐아아아아.

* 잘 때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 현상입니다. 감정이 격해지니 별 걸 다 갖다붙이는군요. 마치 누구 죽은 날 하늘에서 비가 내리면 “하늘도 슬퍼서 눈물을 흘리시네요.” 이 지랄하는 애들처럼…

4. 그런데 마냥 슬프지 만은 않았다. 이건 음… 굉장히 속물적인 이야기인데, 간만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결제] 버튼을 클릭했더니 뭔가 몸 안에서 슈우우우욱 빠져나가는 상쾌한 기분이 들더라. 쇼핑이 영령을 구원한다는 이야긴 사실이었어?

5. 그렇다고 해서 내 기분이 마냥 좋은 것 만은 아니다. 이 문제의 책임을 물어서 누군가를 굉장히 조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저녁 8시가 되면 누군가를 조질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마침 할로윈이 낀 주말이니 홍대 앞이 난리도 아니겠군. 작년 할로윈 때에는 사람들 지나가는 골목에서 자기 남친 것을 치맛속 거기에 삽입하는 걸 보여주는 여자를 보고 기분이 좋았다가 자기 남친에게 호탕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나를 차도 방향으로 발로 차서 죽이려고 한 여자 때문에 기분이 잡쳤었지.  씨발년 그래놓고 “Oh, funny halloween!!”이라는 대사가 나오던?

올해는 뭘 보고 뭘 겪을 수 있을까? 두근두근.

niMishel 091030 1421.

0. 반성문.

삼양라면 CF에 쓰인 버블보블 음악을 듣고 이 새끼들 또 지멋대로 베껴썼구나 생각하고 짜증만 냈는데 알고보니 삼양 측에서 타이토 측에 “쓰고 싶다”고 연락하여 법적 절차를 밟은 컨텐츠였다.

아무리 별 꼴 다 봐서 선입견이 생겼더라도 멀쩡히 일하는 사람들한테까지 욕한 건 정말 한심한 일이다. 맨날 수박 겉핥기식으로 소스 접하고 아는 척만 줄줄 늘어놓는 오타쿠들을 보다보니 나도 비슷하게 행동하는 거 같다. 타산지석도 좋지만 돌들은 좀 멀리 해야 겠다. 타산지석 좋아하다가 스톤고렘 되겠다 이거.

0b. 뒤늦게 문제될까봐 타이토 측에 허둥지둥 연락했을까 싶은 의심도 할 수 있겠지만 타이토에서 저렇게 상쾌한 대답을 하는데 그딴 의심은 가지지도 않으련다.

1. 나도 아직 사람 되려면 멀었구나.

niMishel 091028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