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 8월, 2009

0. 오늘 BOARD:YUXY에 올라온 그때그넘님의 서울역에 대한 글을 보고 서울역이 땡겨서 자전거를 타고 서울역을 찍고 왔다. 사실 며칠 전에도 다녀왔던 곳이라 구태여 가볼 필요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림 바탕이 될 사진 한 장 정도는 박아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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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밑에 깔고 그 위에 선을 긋고 칠을 더하는 셈법으로 그림을 그리는 방법은 꼭 한 번 해봐야 겠다 했는데 이제야 한 번 해봤다. 음… 앞으론 자주 해봐야지.

1. 서울역은 참 이상한 곳이다. 어울리지 않을 법 하면서도 은근히 어울리는 것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이상한 벽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한국 현대사와 관련된 사진을 이것저것 걸어놓더니 선진화를 이룩하자 이딴 소리를 해대고 있다. 선진화라니. 이건 마치 새해 첫날에 말 더럽게 안 듣는 아들새끼가 부모님에게 세배 올리고 돈 뜯어가면서 “올해는 꼭 공부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들을께요.” 이렇게 날리는 공수표 수준의 캐치프레이즈다. 야구 방망이로 부모 대가리 육수나 확인 안 하면 다행이지…

게다가 그 위치도 참으로 절묘해서, 한국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싶은 사진들이 걸린 공간은 노숙자들이 먹고 마시고 싸고 자고 욕하는 곳과 레이어드되어 있다. 그래서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행여나’ 조국 선진화를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사진들을 감상하며 애국심+1을 하기보다는 불쾌한 각종 냄새와 껄끄러운 시비를 피하기 위해 후다다다다닥 지나가기만 할 뿐이다. 이건 마치 군부대에서 군생활의 불편함이나 건의사항을 스스럼없이 받겠다며 간부 사무실 출입문 옆에 소원수리함을 걸어놓은 거나 마찬가지인 꼬락서니다.

2. 뭐 할 때 생각해서 하는 꼴을 못 봤다. “항상 해오던 거니까 뭐”하면서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관성에 몸을 맡기며 일하는 녀석들은 언젠가 기계에 손가락 잘리게 마련이다.
공고 나온 내가 보증한다. 개새끼들.

3. 한국인에게 지금 딱 어울리는 아이템은 통곡의 벽이다. 소통도 투쟁도 아니고, 그냥 기대서 꺼이꺼이 울기나 할 수 있으면 그나마 스트레스라도 풀려서 생산성이 2라도 올라갈 것이다. 그런데 어디 그럴만한 벽이나 있어야지. 있는 벽이라곤 하나같이 피그나 홈리스들이 장악하고 있으니 말이야.

Nimishel 090830 2357.

0. 공덕동 4번 출구 뒷쪽으로 껍데기를 먹으러 갔다. 숲, 딥을 만나서 남자 셋이 오손도손 갈비와 껍데기를 먹으며 친애하는 지도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랜만에 만난 기념으로 숲은 건빵을, 딥은 쵸콜렛 쿠키를 주었다. 남자에게 과자를 받는 나의 행복한 하루. 70년대 헐리우드 영화였다면 길에서 전봇대를 붙들고 노래를 부르며 춤이라도 추었을 거이다.

1. 숲은 로또를 사는 김에 내 것도 한 장 사줬다. 어젯밤에 꾼 꿈이 좀 색다르긴 했는데… 로또로 행복해질 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1b. 어젯밤 꿈. 나는 옛날 군대시절 고참의 한쪽 손목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그 장면을 목격한 녀석들에게 술을 먹인 다음 지하실에 가두고 손목이 잘린 고참이 경찰을 부르겠다고 하자 넉살좋게 웃으며 그러라고 해놓고 속으론 ‘경찰이 오면 내가 불리하니 이 녀석 아무래도 죽여야 겠다.’라고 생각했다. 마침 근처에 오락실용 노래방 기계가 보였다. 한 명이 들어갈만한 박스 형태로 되어 동전을 넣으면 한 곡을 부를 수 있는 인스턴트 노래 자판기 박스이다. 나는 잘린 손목을 붙잡고 부들부들 떠는 고참의 손을 펴고 억지로 동전 몇 개를 쥐어주며 경찰이 올 때까지 노래를 부르고 있으라고 권하고 그가 노래방 기계에 들어가 노래를 부르는 동안 그를 죽일 방법을 생각하다가 노래방 기계 그대로 불을 질러 죽이는 방법을 선택했다.

1c. 자고 일어나니 기분이 좀 이상한 게… 음, 그 사람하고 별로 사이가 나쁘진 않았다. 근무도 잘 했고 무전도 잘 받았고 아랫기수들한테 쓸데없는 짓도 안 하는 사람이었다. 단지 지방 출신으로 서울에 근무하면서 서울 물에 젖으려고 티내는 모습이 조금 우스꽝스러웠고, 돈을 밝히는 냄새가 나는 게 싫었었다. 교통의경이 돈 밝히는 냄새가 나면 무엇을 말하는 것이겠는가. 하지만 직접적으로 어떠한 장면을 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무어라 하지는 못 했다. 누구랑 같이 있을 땐 티를 안 냈기 때문이다. 단지 냄새가 날 뿐이다. 하드보일드 소설의 형사같은 기분이었다. “저 자식에게선 구린 냄새가 나. 바로 범죄의 구린 냄새지.”
정말 하드보일드 소설이었다면 의자에 넥타이로 팔다리를 묶은 다음 양말에 얼음을 채워서 창 밖으로 전철이 지나갈 때마다 그 소리에 맞춰 온몸을 두들겨 패주면 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그런데 그게 마음에 안 들 뿐이지 다른 건 그렇게 거슬리지 않았다. 12년이나 지난 지금 꿈 속에서 손목 잘리고 불에 타죽는 수고를 할 사람은 아니란 거다. 뭐 꿈이란 게 그런거지.

1d. 로또는 꽝이었다.

1e. 대화는 참 재미있었다. 이런저런 주제를 오가며 나누는 이야기들. 그렇다고 얼간이같은 오타쿠들처럼 이죽거리며 자기 아는 것만 이야기하는 갑갑한 분위기도 아니고.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이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말이 제대로 안 나오게 된다.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거지. 내가 이렇게 말을 못 하는 사람이었나 싶을 정도로 버벅거리게 되고 말을 더듬는 모습에 놀랐다.

요즘 혼자 있을 때가 많으니 말을 잘 안 하게 된다. 집에 있다보면 하루종일 한 마디도 안할 때도 있는데, 그런 날 밤엔 샤워를 하며 겨드랑이 털에 정성스럽게 비누거품을 묻히다가 “어 오늘 한 마디도 안 했네.” 하며 입을 열게 된다.
하루 중에 처음으로 입을 열 고 말이랍시고 내뱉는 게 밤 11시 23분, 겨드랑이 털에 비누거품을 묻히는 때라니. 기가 차는 이야기지.

오랜만에 이야기를 하다 보니 대화가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는 기분이다. 언어장애같은 느낌. 운동선수가 교통사고 이후 재활 과정에서 느끼는 갑갑함이 이런 걸까 싶을 정도다. 으하.

1f. 숲은 다음달 부로 모 지역의 일자리로 가게 된다. 그의 하루하루에 매우 기대가 크다.

2. 한강 산책로 진입구를 향해 걸어가다가 어떤 여자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걷는 모습을 보았다. 뭐 떨어트렸나 하며 계속 쳐다봤는데 이 여자가 으슥한 곳을 보더니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그쪽을 향해 빠른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거다. 남자친구라도 있나 했는데 거긴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에 철제 박스가 세워져서 웅크리면 몸을 가릴만한 구석진 곳이었다. 아항. 노상방뇨가 하고 싶은 거구나. 하얀 핫팬츠를 내릴 기세였던 그 여자는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는 몸짓과 함께 마지막 한 줌의 경계심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곤 약간 일그러지는 인상을 지으며 다시 허리를 세우고 밖으로 걸어나와 나와 몇 미터 떨어진 옆으로 빠른 발걸음 동작을 그리며 지나갔다.
몇 미터 정도 걸어가던 내가 뒤를 돌아보자 내 뒤통수를 향해 앙칼진 눈빛을 날리던 그 여자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발걸음 속도를 높혀 사라지는 그 여자.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거냐. 굳이 화낼 거라면 나도 화낼 수 있어. 돈 한 푼 안 내고 오줌 싸는 여자 구경하는 게 그리 자주 있는 일인 줄 알아. 나도 모처럼 8년 만에 여자 노상방뇨 볼 기회를 놓친 거라고. 내 돈 물어내 이 년아.

3. 집에 오다가 햐크를 만났다. 동네 아저씨들끼리 산책로에서 만나는 이 시시한 일상. 이것이 동네 아저씨의 일상이지. 시덥잖게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고 어중간하게 빠이빠이를 했다.
완벽해. 이로써 중년의 품격 +1에 성공했다.

4. 오늘은 샤워하면서 스폰지 대신 버프를 써봤다. 좀 부끄럽네요. 그런 물건으로 비누거품을 만들어서 겨드랑이랑 잦이를 닦았다는 것도, 그런 이야기를 블로그에 써서 올린다는 것도.

5.
fish_try

그림은… 그냥 그려보고 싶었어.

Nimishel 090830 0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