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독일 사람들이 영화 만드는 스타일은 정말… 고집불통이다.
1.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피가 끓어오르고, 그렇게 피가 끓어오른 인간 중에 못되먹은 근성을 가진 녀석들이 주머니 속의 못처럼 도드라지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화 보면서 처음엔 “그래 역시 정의는 민중에게 있어.”하던 녀석도 시간이 지나면서 약간씩 얼굴빛이 달라질 거 같다.
1b. 그렇게 상식적으로 볼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렇지 못한 사람도 많은 거 같다. 요즘 한국 사회의 모습이 들여다 보인다며 몇몇 사람들이 설레발을 치는 영상물이 둘 있는데 하나가 바더 마인호프 컴플렉스고, 또 하나가 도서관전쟁이다. 국가의 탄압과 자유 어쩌고 하는 식으로 엮으려는 모양인데… 그 나라 사람들이 들으면 우리 각하가 소통의 달인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수준으로 이상하게 여길 거다.
2. 많은 독일인들이 인종차별을 혐오하고 민족이라는(글러먹은) 개념으로 사람들 몸에 테두리 선을 긋는 행태를 부당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면 저렇게 간지나는 애들이면 인종차별 좀 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못된 생각마저 든다. 웃통 벗고 머리 길면 예수되고 콧수염 기르고 담배 피우면 저항정신이 되는 인간들의 간지를 어쩜 좋단 말인가.

서독 경찰의 막장 시절. 말 타고 다니며 아무나 존나 까던 모습을 보면 정신질환자 진리*찰같은 새끼가 그 자리에서 오줌을 쌀지도 모르겠다. 가운데 폴리짜이 아저씨는 시민 까는 자세가 너무 맵시난다. 어깨부터 허리를 지나 발목까지 라인이 살아있는 걸로 보아 게이가 아닐까 의심스럽기도 한…

슐라이어 전경련 회장을 납치하기 위해 사복 경찰들을 사살하는 RAF 대원들도 간지가 흘러 넘친다. 총질 하는 모습 멋있어 보이려고 되지도 않는 자세 잡는 것도 아니라 시대상을 고려하여 설정된 정확한 사격자세(아마츄어가 성급히 사격훈련을 받은, 그 당시 테러리스트 행동대원들의 전형을 묘사한)를 취함에도 인종적 우월함이 느껴진다. 한국에서 영화용 모의총기 단속이니 어쩌니 생각할 필요없다. 배우한테 총 쥐어줘도 모양새가 이리 틀린데 만들어 뭐하나…
3. 테마도 역사관도 분명하다. 다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메시지가 전혀 달라질 수가 있는데, 만드는 과정에서 그러한 우려는 충분히 인지했을 것임에도 바더-마인호프에 대한 판단을 관객 몫으로 맡기고 그 당시의 사회상과 인간상을 설명하는 과정에만 충실한 고집은… 존중해 주는 도리 밖에 없다. 독일 적군파와 테러에 관련된 중요한 두 건의 사건, 뮌헨 올림픽 참사와 루프트한자 여객기 납치사건을 다루는 방법만 봐도 그렇다. 이 두 사건은 현대 테러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으로 대테러라는 공안적 택티컬 분야를 급성장하게 한 사건이며 독일의 GSG9과 영국의 SAS 등 대테러부대의 선구자들에게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게 한 역사적 사건이다(굳이 비유를 하자면 미국이 자국 우주인을 달에 착륙하게 하여 우주개발에서 차지하게 된 권위에 견줄만하다.). 하지만 이 두 사건을 테러와 진압 중심으로 그려낼 경우 영화의 무게가 대테러 쪽으로 기울어지게 되고 관객의 시선도 검은 옷을 입은 특수부대원들의 민첩한 행동과 사격에 휩쓸려버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RAF를 설명하는 흐름을 위해 그 과정을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사실 그 과정을 충분히 설명하다보면 런닝타임이 300분 정도로 길어질 수도 있다. * 뮌헨 올림픽 사건에 대해서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든 영화 뮌헨을 참고하자.
아무리 배우들이라지만 이렇게 간지가 넘쳐서야. 영화 포스터 레이아웃을 이렇게 하는 건 고전전쟁영화 머나먼 다리 이후로 오랜만에 보는 기분이다. 레트로…
영화 포스터의 참조가 된 실제 바더-마인호프 조직원의 수배 포스터. 현실은 물론 수더분한 인상들이 많다. 여성 조직원들의 사진을 보면 독일 여성의 기개가 느껴지는 얼굴 골격이 눈에 띈다.
4. 독일 포르노를 볼 때도 느낀 거지만 독일 여자들은 정말 거기 털이 엄청나게 많은 거 같다. 원래 인종적 특성이 그런 건가? 처음 봤을 땐 깜짝 놀랐는데 이젠 그냥 귀엽게 느껴진다.
5. 역사가 어떻게 평가해주던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폭력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그 행동 결과가 잔혹한 값으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어릴 땐 ‘신념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길 많이 들었지만 이젠 그 신념이 남을 해치고 나를 해치는 양날칼이 될까봐 무섭다. 어쩌면 그렇게 폭력적인 도구로 만들기 위해 신념을 가지라고 정신교육을 했었던 거 같다.
6. 혼자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그래서 아예 안 볼까 생각도 했지만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봐야 했다.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한 장면 한 장면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파 오더라.
Nimishel 090903 0219.